<앙신의 강림>이란 작품을 아시나요?
쥬논이란 작가가 '00년대 초반에 낸 소설이에요.
제가 매우 좋아합니다.
솔직히, 문체가 썩 우아하진 않습니다.
흔히 말하는 양판소(양산형 판타지 소설)보다 살짝 나을 뿐이지,
양판소의 벽을 뚫었다고 볼 순 없어요.
다만, 전 이 작가의 세계관이 참 좋아요.
특히, <앙신의 강림>에서,
속편인 <천마선>으로 이어지는 연대기가 멋집니다.
이후에, 시간 상으론 두 작품의 중간에 위치하는,
3부작의 3부에 해당하는 <규토대제>란 작품이 있긴 하지만,
작가의 글쓰기 능력이 꽤 오른 것 같단 생각은 들어도,
이상하게 맘에 들진 않더군요.
아마, 제가 먼치킨 주인공에 열광하는데,
그 먼치킨은 일명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는,
전지적인 존재여야 이상형에 부합하는 게 아닌가 해요.
왜, 그런 것 있잖아요?
주인공의 행동이 좌충우돌, 실수투성이인데,
알고 보니 모든 게 치밀한 계산 아래에 있었다!
바보처럼 자빠지고 굴러도,
구른 궤적과 자빠진 각도가 완벽한 거죠! 똑똑한 거죠!
그런 게 제 취향인가 봐요.
뭐, 다들 그럴 것 같지만.
피카레스크라 부르던가요?
악인의 편에서 진행하는 서사,
그런 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요.
본좌는 위대하니 잔정에 휘둘리지 않는다!
오만! 패도! 광포! 강하고 강해서,
세상 아래 고의 기휘를 어길 존재가 없도다!
속이 뻥 뚫리잖아요?
인생이란 길을 걷다 보면, 자잘한 실이 하나씩 몸에 얽히는데,
하나씩은 아무런 힘도 없던 게,
어느새 거미줄처럼 몸에 촘촘히 엮여서,
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게 절 옭아매는 거예요.
하나씩 끊고 싶어도,
모두가 소중하니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 지도 잘 몰라요.
근데 이 주인공들은 달라요.
불 같으니 거미줄이 다가오기도 전에 녹아 내리는 거예요. 캬!
어쨌든, 제가 일반 도서를 사는 일은 있어도,
SF / 판타지 소설 / 무협지 / 라이트 노벨을 구매한 적은 잘 없는데,
이 작가의 책은 모조리 모으는 편입니다.
또 같은 책을 리디북스로 중복 보유하고 있어요.
일단 작가에 대한 애정 표현이기도 하고,
종종 삶이 좀 힘들단 생각이 들 때,
저 대신에 누군가 불이 되고 하늘로 날아 세상을 굽어 봐 주는,
그런 통쾌한 인생을 간접 경험하게 해 주길 바라서 말예요.
그때를 위한 상비약? 소화제 같은 거예요.
근데 이 글을 왜 썼더라?
아, 그렇지. 추천 도서입니다!
약간은 유치할 수도 있으니까 주의하셔야 해요.
그래도 전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!
<앙신의 강림>과 <천마선>! 읽어 보세요!
평점을 주자면 각각 ★★★★★과 ★★★★☆로 차이야 있지만,
팬심으로 속편도 즐길 수 있어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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