굉장히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.

essenti2019.11.28 15:04조회 수 49댓글 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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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직까지 11월인데 벌써부터 한 해를 정리하는 말을 하다니 우습지요?
그래도 잘 생각해 보면 우린 11월 초부터 성탄절 노래를 틀지 않습니까?
대충 한 한 달 정도 일찍 준비하는 겁니다.

에센티닷넷 단장을 새로 좀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.
게시물도 거의 1년째 안 올리고 있어요.
전 사실은 예전 독자님들께서 제 작품을 다시 보는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,
상세 작품 제목이나 소재, 내용으로 검색해 이곳을 찾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.
문장을 입력하고 찾아 들어오는 독자님들을 뵐 때면 좀 웃음도 납니다.
예를 들자면, '타임머신 무한 루프 걸린 만화 뭐지?'를 검색창에 입력하신 거예요.

작년까진 제가 죽을 줄 알았어요. 그래서 정리하는 맘이었습니다.
썼던 글을 봐도,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작별 인사를 좀 담았더라고요.
워낙에 몽롱하던 때라 그런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.
자빠지고, 약 먹고, 자빠지고, 병원 가고, 그렇게 살았으니까.
USB 장치에 몰래 미완성 원고도 막 모아 두고 그랬어요.
유작이라고 아무 거나 다 올리면 곤란하잖아요? 하하!

어쨌든 제가 멀쩡한 인간으로 여겨졌을 때야 엄살이 엄살이었지,
요샌 혹시나 동정심으로 제 인식이 바뀔까 걱정이니까,
적어도 에센티닷넷에선 아프단 소리도 자중하는 편입니다.
한 11년 전엔 아프다고 막 만화도 그리고 그랬잖아요?

사실은 그때 좀 식겁했어요. 내가 많이 아팠다고 만화에 그려 올렸더니,
한 사흘 안에 이름 있는 출판사 연락은 다 받았어요, 거절했지만.
'내 힘든 과거를 팔다니, 이런 나쁜!' 같은 이유는 아니었어요.
그냥, 딱히 그릴 얘기가 없었습니다. 제 투병은 교훈적이지도 않았고요.
'작품으로 유명한 사람이고 싶었는데, 아픈 게 더 유명하구나.'란 맘도 컸고.

아까도 말씀 드렸지만, 요새도 그런 일이 있을까 무서운데,
그때랑은 또 사정이 달라요. 뭐, 다른 창작자들도 다 같겠지만,
저 역시 자신의 작품을 만드는 것만큼 타인의 작품을 즐기는 것도 좋아합니다.
무협지? 그런 것도 많이 봤어요. 책 대여점 점원들이
제가 가게에 들어서면 바로 오늘의 신작을 안내해 줄 정도로요.

무협지를 보다 보면 말이죠. 주인공이 막, 힘도 얻고, 지혜도 얻고, 세력도 얻고,
그런 과정을 거치며 드디어 악을 처단하러 간단 말예요.
근데 막상 딱! 악당 앞에 섰더니, 얘가 막 골골대요.
엄청난 격전이 있을 줄 알았더니, 이미 망해 있는 거예요.
그럼 착한 주인공이 '이미 받을 벌은 다 받았군.' 이러면서 칼을 거두는 거!
전 그런 게 엄청나게 싫었습니다. 죄를 지으면 벌은 하늘이 주지 않아요.
피해자가, 사람이 줘야지. 전 이렇게 생각해 왔어요.

근데, 다들 저 맘 약한 영웅 같으시니까. 아프다고 말하는 게 좀 꺼려져요.
그래도 뭐, 몇 없는 게시물 훑어 보면 아프단 소리 뿐이지만…….
할 소리가 워낙에 없으니 그랬던 것 같아요.
2019년 내내 글 하나 쓸 일이 없었던 것도, 할 말이 '오늘도 아팠습니다.'라서,
그냥 등록 취소 단추를 누르고 관둔 게 많아서예요.
그래서, 죽을 위기는 넘긴 것 같고, 이번을 마지막으로 엄살은 그만 떨까 합니다.
오랜만에 들어오시는 분들께 우울한 기분을 전파하는 것도 영 내키지 않아요.

2020년부턴 좀 더 좋은 얘기를, 자주 올리면 좋겠어요.
제가, 작가로 활동하는 경우가 거의 없어서,
요샌 여러분께 신작을 보여 드릴 일이 없는 게 아쉬웠는데,
간단한 거라도 좀 그려서 올려 볼까 싶기도 하고요.
안부 인사도 자주 드리고요. 지난 번에 말씀 드린 것처럼,
에센티도 에센티닷넷도 서서히 풍화하길 바라는 맘은 같지만,
단숨에 그런 일이 생기진 않을 모양이니까,
오랜만인 손님께 차 한 잔 정도 내 드리는 정도로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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상실 2018년 12월 20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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